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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레인보우> 라는 제목은 이미 이 작품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의미인지 모르신다면, 무지개색 깃발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문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즉, 주인공 ‘하덕구’의 성정체성을 나타내는 제목. 순정계에는 보기 드문 남자 만화가가, 그것도 ‘게이’를 주제로 그려내는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는 다음 인터뷰에 나와 있다.

“전부터 해 보고 싶던 소재예요. 대학 다니면서 인권 운동모임에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이반(그들은 스스로를 ‘일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반’이라 부른다)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그때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을지 모르죠. 그래도 그만큼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 그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소재도 많이 얻었었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제대로 해 보자, 라고 마음먹었었어요. 사실 사회적인 분위기나 스스로의 내공을 생각해 봐도 좀 빨리 시작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워낙에 다루기에도 조심스러운 소재라서 힘들 때도 많아요.”
- /오후에 하는/interview/중에서 발췌



이반이란, 게이란, 먼 나라 존재?!

화려한 붉은 깃발로 장식된 쇼걸 의상의 표지 주인공. 순간 여자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남자 소변기에 볼일을 보면서 이쪽을 돌아보고 있는 이 인물이 바로 <미스터 레인보우>의 주인공, 하덕구이다.

대학 원서를 넣으러 와서는 남자 교수를 보고 한눈에 반해 얼떨결에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그는 게이이다. 결국엔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교사로 취직을 했지만 밤에는 게이 바에서 쇼걸로 일하는 그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 단지, 여전히 이반들에게 그다지 열려 있지 않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인지한 채 살고 있을 뿐이다.

얼굴과 몸매를 보고 점수를 매기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식사 시간에 가슴 설레어 하고,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할 때, 혹은 여자가 남자를 좋아할 때라면 더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자가 남자에게, 의 경우라면, 갑자기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가? <미스터 레인보우>의 주인공 하덕구를 보게 되면 그 생각은 변할 것이다. 남자 학부형에게 한눈에 반하기도 하고, 짝사랑의 열병에 가슴앓이도 하는 그는 우리처럼 ‘사랑’을 하고, ‘고민’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야오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지나치게 어둡게 묘사되어 있는 작품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유머 감각이 살아 있는 퀴어물.


사실, 만화에서 남남상열지사를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볍게 다루는 야오이에서부터 본격 퀴어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문제는,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음에도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미스터 레인보우>는 획기적인 작품이다. 판타지에 가까운 야오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비극적이거나 힘들게 사는 그네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마치 가까운 친구처럼 유쾌하게, 그리고 가끔은 가슴 시리게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함께 공감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1권이 나와 있고, 나머지 연재분과 단편들을 모은 2권이 6월 말 경에 발행될 예정이다.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불러모았던 이 작품은 더 이상 연재되고 있지 않다. 덕구와 준이 아빠의 행복한 결말까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믿는다. 다른 건 몰라도, 덕구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던 작가의 말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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