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문서

 * Beautiful ones *  *  
  Talking About  :  * 낮잠
  Name  :  soho




오랫만에 꿈을 꾸었어

웃다가 울다가 소리 치다가
지각한 노처녀 선생처럼 화들짝 깨어보니
해는 머리 꼭대기에 걸렸고
온 몸에 푸석푸석
덧없음의 곰팡이가 피어
목이 마르네

5월 하오
베란다에서 마주 보이는
유치원 뒷마당엔
붉게 희게
덩굴 장미들 달뜬 몸으로 바람을 피우고
바깥놀이 시간에
유림이는 구슬을 잃어버렸네

비비 서로 엉겨
농짓거리를 주고 받던 것들이
남의 물건을 두고 시비가 붙네
늘삿갓을 쓴 5월 하오가
서방처럼 양반걸음으로 다가와
이년, 저년 시비를 가리다
냉큼 구슬을 제 입에 털어넣네

유림이가 우네
내 구슬 내 구슬
어린 것이 구슬구슬 구슬프게도 우는데
걸을 때마다 곰팡이 냄새를 피우며 나는
(아니 아직 마르지 않은 상실의 냄새인지도 몰라)
말해주어야지
요 앞 문방구에 가면 이만큼에 오백원이란다
말해주어야지 내가

오랫만에 꿈을 꾸었어
내가 구슬을 집어 삼킨 것도 아닌데
가슴팍에 응어리가 맺혀
헛구역질이 나네  
5월 하오가 너는 정실(正室)감이 아니라고
벼락같이 성을 내더니
갓끈을 고쳐 매네
붉게 희게
고년들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네

유림이가 낮잠을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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