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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utiful ones *  *  
  Name  :  취중진담

BLUENOTE [달봉이의 제멋대로 만화 방송: 백뮤직이 필요해!](6)

:송채성의 취중진담



나는 기본적으로 술주정이 심한 사람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그들의 통제불능 상태, 의도된 혼란스러움이 얄밉고
때로는 한심스럽다.
한술 더 떠, 주위사람들을 막무가내로 괴롭히며
자신의 나약함과 상처를 보상받으려는 사람들..
난 그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반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때로는, 주정하는 친구들의 `헛소리'에
마음을 빼앗길때도 있다.
횡설수설하는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야기하려는 그들의 태도,
그 서툴고 어눌한 어법에 감동해버리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상황을 자기편으로 만들줄 모르는 어눌한 사람들이다.
세상은 언제나 영악한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이긴 자만큼 약지 못한 서툰 사람들은 변명의 기회조차 빼앗긴채
그저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며 살아갈 뿐, 구제의 길이 없다.
귀 기울이고 이해하기 보다는 한심하다고 외면해 버리는게
차라리 속편한, 바보같은 인생들.

이들의 꼴보기 싫은 나약함에는 그러나,
마음을 빼앗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럭셔리의 시대라고 세상은 떠들어대고 있지만
트렌디한 럭셔리 메이크업의 명품족들만 빛나고 있는건 아니다.
가난한 달동네와 포장마차에도 분명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비록 그것이 아무에게나 발견되기 힘든 속성을
지녔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얼마전, 칙칙한 자들의 서투른 이야기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만화를 만나게 되었다.



::: 송채성의 <취중진담> :::


제목에서 이미 술냄새가 진동한다. 과연, 첫장부터 `맛이 가서'
소주방 테이블에 엎드려있는 노처녀 노총각이 등장한다.
뒤편으로 갈수록 휘청대는 주인공들의 `술 권하는 세상' 이야기는
농도를 더해간다.
30이 넘도록 데뷔를 못하는 만화가 지망생, 동네의 창녀를 짝사랑하는 비디오 가게 소년,
취하기만 하면 추억의 장소로 사라져 버리는 소심녀...

<취중진담>은 이런 궁상스런 사람들의 대표들만
모아놓은 듯한 작품이다.
똑똑하지도, 대담하지도 못해서 늘 지기만 하는 인생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걸 논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발견하는 건 그들 자신만의 몫이다.


"...어떻게 살든 무슨 상관이야.."
"쥐고 싶은것만 쥐고 살면 되는 거지.."

위에 구멍이 난들 어떠하리!
소주방 테이블에 엎어져 침흘리며 자는 그녀는 아름답다.
거기엔 섹시한 미남미녀도,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도 없지만
소주잔을 타고 흐르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결코 초라하지 않다.

해변의 천막 나이트에서 연주되는 `엘비스 송'과 `발렌티노 김' 노인들의 무대 역시 눈물나게 매력적이다.
현실에선 저임금으로 홀대받는 신분일 망정, `잡고싶은 꿈'을 놓지 않은 그들 노인들의 삶에는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다.


취중진담은 행복한 이야기다. 칙칙한 사람들이 떼거지로 나올지언정, 그들의 이야기는 결코 우울하지 않다.
진정한 유머는 슬픔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처럼,
취중진담의 술냄새 나는 이야기에는 엽기적인(?) 유머와
가슴시린 애틋함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
그것을 엽기의 가벼움이나 휴먼 드라마의 통속성으로
얼버무리지 않은 것이 취중진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취중진담의 미덕은 매력적인 스토리와 소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듯, 식상하지 않은 신선한 연출과 독창적인 배경묘사,
기존 순정만화의 틀을 벗어난 세련된 인물 묘사 등은 보는이에게 시각적인 즐거움도 톡톡히 선사하고 있다.

이번 주말, 사랑스런 술꾼들의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심은 어떨지.



* 송채성씨의 <취중진담>은 일반 대여점에서 찾기에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겸사겸사 홍대나 동대문의 도매점을 찾아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music for 취중진담 :::




홍대에서 취중진담을 사들고 돌아오며 읽는데, 귓가에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가 반복 재생되는 묘한 체험을 했다.
이들이 인간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기 때문일까?
만화와 음악이 이처럼 잘 어울릴수 있다는데 새삼 놀랄정도로,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은 취중진담과 형제처럼 닮아있었다.


`언니'+`이발관'이라는. 자칫하면 3류 에로물의 분위기를 풍길수 있는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소박한 아름다움.
애틋한 미성의 보컬톤, 가슴 시릴정도로 따스하고 다정한 음색, 서투른 어법으로 진지하게 읊어내는 잔잔한 가사.
어느덧 인디 모던락의 `왕언니'가 되어버린,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을 만화와 함께 들어보자.


1. 보여줄순 없겠지 - 언니네 이발관 1집


`생각지도 못했던 허전함을 느끼네/
내 안에 숨겨둔 마음을 너는 알고 있을까/
누군가를 생각해 함께 있는 너에게/
내 안에 숨겨둔 마음을 보여줄순 없겠지`

짤막한 대사, 떨어지는 심장(!)
소박한 필체로 또박또박 적힌 가사,
어색한 듯 촌스러운 듯 따스하게 번지는 음색.
밑도 끝도 없이 읊조리는 조심스런 독백은
취중진담의 대사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섬세하면서도 일견 고집스러운 정서가 너무나 닮아있다.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백뮤직이다.



2. 어떤날 - 언니네 이발관 2집


백수를 위한 곡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한 백수쏭(?)은 흔치 않다.
나역시 만만찮은 세월을 백수의 신분으로 지내온 사람으로,
이 노래가 당시에 준 여운은 단순한 동감 이상의 것이었다.
취중진담에도 수많은 백수들이 등장한다.
그들 역시 `바쁜 백수'들이다.

인생의 긴 노래를 부르고 즐길 줄 아는 백수들.
당신도 이들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느낄수 있는지?



3. 어제만난 슈팅스타 - 언니네 이발관 2집


어제로 달려가고만 싶은 소년, 혹은 청년.
어제와 오늘, 내일의 구분은 무언의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그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이 강요되듯이.
우리의 인생이 당겨진 화살, 혹은 마라토너로 비유되는 건 거부할수 없는 진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간혹 밑도 끝도 없는 술자리로 우리를 초대하곤 한다.
백일몽같은 터널로 몸을 숨기기 위해.


4. 청승고백 - 언니네 이발관 2집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지 절망엔 언젠가 끝이 있다고.. 지금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암울하다. 전람회의 `취중진담'보다 더욱 취중진담 스러운,
암울한 청춘남녀의 술주정같은 노래.
술마시며 듣기에 쥐약같은 곡이다.(^^;)

과연 절망에는 끝이 있을까?
지지리 궁상스런 삶에는 과연 탈출구가 있을까?
해답은 조금더 기다려 보자.

인생은 진절머리 나게 길다.

글: 블루노이즈 자유기고가 달봉이
출처: www.bluenoi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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