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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취중진담

'20세기 소년'의 꿈은 이뤄질까

[오마이뉴스 2004-11-19 15:07]  


[오마이뉴스 최종규 기자] <1> 만화를 보는 눈

잘 빚어낸 만화책 한권은 살뜰한 문화가 고루 모인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만화가 문화산업으로까지 발돋움한 이웃나라 일본도 만화를 허접하고 질 낮고 좋지 않은 매체라고 여긴 눈길이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우리 사회는 대체로 만화를 '나쁜 생각'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만화가 지닌 큰 힘과 좋은 구실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같은 만화 영화 한편이 뭇사람들에게 환경 문제를 일깨우는 훌륭한 밑거름이 되고, 박재동님이 그린 한 칸짜리 시사만평이 우리 사회를 읽어 내고 느끼는 훌륭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이제 만화도 좀 더 알뜰하면서 생명력이 넘치는 한편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예술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고 헤아릴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2>주말을 즐겁게 해 줄 만화책 다섯


(ㄱ) 20세기 소년(1~ ): 우라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2000~ )/3500원씩


  

▲ <20세기 소년> 겉그림입니다.  

ⓒ2004 학산문화사
20세기 가운데 무렵, 어린 나날을 보낸 동무들이 있습니다. 그 동무들은 앞으로 맞이할 21세기에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이 되어 나쁜 녀석들에게서 지구를 지키겠다는 꿈을 펼쳐요. 어수룩하고 어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고 생각할 일이라고도 할 텐데, 그런 꿈을 꾸던 아이들은 사춘기를 지내고 방황기를 거쳐 어른이 되는 사이 어릴 적 꿈을 하나둘 잃고 잊어 갑니다.


그런데 그 어릴 적 이야기를 잊지도 않고 잃지도 않으며 두고두고 간직한 동무가 하나 있습니다. 그 동무는 '친구'라는 비밀 종교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 힘을 키워 경제와 사회와 문화 구석구석을 손아귀에 넣습니다. 그 동무는 어릴 적 '켄지' 무리가 만든 '비밀의 서'를 바탕으로 지구 세계를 손아귀에 넣을 계획을 꿈꾸고 차근차근 그 문서를 바탕으로 끔찍한 짓을 벌입니다.


<20세기 소년>은 20세기를 살던 아이들이 21세기로 넘어오면서 기성세대가 되어 자기 삶을 꾸려 나가기에도 지쳐 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한편, 그렇게 어른이 되어 어릴 적 일을 잃기는 하지만, 바로 그 어릴 적에 품던 꿈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때로는 꿈도 현실도 뛰어넘는 일이 되기도 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건네요. 그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지금(2004년 11월 18일)까지 16권이 나온 <20세기 소년>은 아직 연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펼쳐질지 더욱 궁금합니다. 만화에 나오는 아이들(모두 나중에 어른이 되고 아이들을 낳아 기릅니다)이 어른이 되는 과정, 그 아이들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모습, 그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 세대가 커서 겪는 일, 뒷 세대 아이들이 싸우는 과정이 숨 가쁘게 이어집니다. 숨 가쁘게 넘어가는 줄거리와 그림도 볼 만합니다.


(ㄴ) 미스터 레인보우(1~2): 송채성/시공사/2004.2.24/4500원씩


  

▲ <미스터 레인보우> 겉그림입니다.  

ⓒ2004 시공사
같은 남성에게 끌리는 마음이 있는 남자들 마음은 어떠할까요? 동성애 가운데 남성이 남성에게 끌리는 사랑을 만화로 담아내는 송채성님이 그린 <미스터 레인보우>는 미처 마무리를 짓지 못한 만화입니다. 송채성님은 지난 3월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오후>라는 만화잡지에 부지런히 그린 <미스터 레인보우>는 '낮에는 유치원 교사, 밤에는 술집(게이바) 춤꾼'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부대끼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요즘은 동성애자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흐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 인권이나 사랑 권리를 마음속 깊이 느끼는 모습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건 우리 사회가 '다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편, 식구 관계나 사람 관계에서 너무도 틀에 박히고 딱딱한 낡은 생각 틀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탓이 큽니다.


남자는 머리를 기르면 안 되는 듯 생각하고, 여자는 밥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기는 생각이 아직도 사회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가치관, 생각틀 모두 딱딱하고 갑갑하게 닫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미스터 레인보우> 같은 만화가 제대로 읽히기 어려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만화를 차근차근 펼쳐서 읽어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일어나고 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이성을 좋아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동성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오뚝한 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납작한 코를 좋아할 사람도 있어요. 외국인노동자도 한국인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이듯,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고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일 또한 '사랑'입니다. 그 중요한 '사랑'을 소중히 여기면서, 서로에게 애틋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화가 <미스터 레인보우>라고 하겠습니다.


(ㄷ) 맨발의 겐(1~10): 나카자와 케이지/김송이, 이종욱 옮김/아름드리미디어(2000)/5000원씩


  

▲ <맨발의 겐> 겉그림입니다.  

ⓒ2004 아름드리미디어
전쟁을 일으킨 일본, 핵폭탄 두발을 맞고 드디어 손을 들고 패망한 일본.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사람도 많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전쟁 피해자라고 내세우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죄악을 뉘우치지 않는 사람도 많은 일본. 바로 그 일본에서 핵폭탄 피해를 입은 사람 가운데 하나인 나카자와 케이지가 그린 만화 <맨발의 겐>은 아주 남다릅니다.


<맨발의 겐> 또한 일본 사람이 그린 만화인 까닭에 옹글게 객관이라는 눈으로 일본 사회와 현실과 정치 상황을 그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군국주의를 외치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을 얼마나 억눌렀으며, 그 억눌림 속에서 말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은 '보통 일본 사람'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 사회에서 '한국사람'도 어떻게 피해를 입고 짓밟혔는지를 함께 말하는 책이 또 <맨발의 겐>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자기들이 겪은 일, 피해를 봤다고 하는 일을 '거짓으로 아름답게 그리면서' 피해자인 듯 구는 만화도 그리고 엉뚱한 역사 비틀기도 일삼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맨발의 겐> 같은 만화를 그려내어 골고루 사랑받고 공감을 느끼게 해서 일본이 저지른 짓, 비틀어온 역사를 고발하고 알리는 만화를 그리기도 해요.


히로시마 원폭 피해가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 그 원폭 피해 뒤에 일어난 일,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잇속을 챙기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그렇게 전쟁과 평화를 겪으며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은 또 어떤 사람들인지를 아주 낱낱이 보여 주는 만화가 <맨발의 겐>입니다.


(ㄹ) 흐르는 강물처럼(1~5): 타카시 이와시게/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2004)/3500원씩


  

▲ <흐르는 강물처럼> 2권 겉그림입니다.  

ⓒ2004 학산문화사
1882년에 태어나 1940년에 세상을 떠난 하이쿠 시인으로 '타네다 산토카'란 사람이 있답니다. 정형률이나 계절말에 얽매이지 않고 남다른 자유율을 빚어낸 시인으로 이름이 높았던 산토카는 무전걸식을 하면서 처절한 삶을 맛보았습니다. 바로 그 처절한 삶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남김없이 담아내면서 외로움과 설움을 함께 시에 담아냈다고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타네다 산토카라고 하는 실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그린 만화입니다. 망나니와 다름없이 놀아서 집안을 무너뜨리고, 자기 아내(산토카 시인에게는 어머니)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고, 그 집안사람들은 밤중에 고향을 떠나게 한 아버지 때문에 겪어야 하는 큰 슬픔.


산토카는 어릴 적, 어머니가 우물에 빠져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지켜봅니다. 그런데 그 슬픔이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하나 있는 자기 동생마저 깊은 산속에서 목매달고 목숨을 끊어요. 그런 가운데 산토카는 어렵사리 자리를 잡고 좋은 아내를 만나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자기 삶을 꾸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때 만난 다른 시인(이시가와 다쿠보쿠 같은 시인) 모습에 자기 정체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되고, 끝내 집을 나와서 중이 됩니다. 그때부터 이곳저곳 하염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 되면서 오로지 하이쿠 하나만을 쓰다가 삶을 마칩니다.


다섯 권으로 마무리 지은 <흐르는 강물처럼>은 옛 시인을 되새기고 곱씹어 보는 현대 여성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산토카란 시인이 살았던 곳, 일했던 곳, 다녔던 곳을 찬찬히 찾아가면서 시를 쓰고 살던 그 마음을 짚어 보려고 하고, 피를 토하고 몸부림치며 써내려간 줄글 하나를 다소곳이 헤아립니다.


완벽에 가까운 그림, 서정과 애틋함이 넘치는 그림결은 이 만화를 보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ㅁ) 검은 대륙: 헌트 에머슨과 다섯 사람/이경아 옮김/현실문화연구(2004.10.11)/10000원


  

▲ <검은 대륙> 겉그림입니다.  

ⓒ2004 현실문화연구
<검은 대륙>은 무척 무거운 줄거리를 말하는 만화입니다. 여섯 만화가가 펼치는 다섯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현실문화연구 출판사에서 ‘만화로 세계읽기’ 묶음으로 펴낸 책 가운데 '환경'을 말하는 만화입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겉 그림이 보여주는 모습에 기가 질렸습니다. 사람들 눈에 보이는 자리에는 온갖 최신 기계 시설이 갖춰져 있고 빠르고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와 공장과 물질문명이 넘쳐 납니다. 하지만 그 밑, 그러니까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 기계 물질문명이 쏟아낸 엄청난 쓰레기와 공해 덩어리가 넘실거립니다.


현대 물질문명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눈에 보이는 곳은 아주 번듯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이잖아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대단히 더럽고 냄새가 코를 찌르고 땅은 썩고 풀과 나무는 죽으며 사람 아닌 짐승은 살지도 못합니다.


오로지 돈으로, 오직 물질로 굴러갈 수 있는 듯 보이는 요즘 세계는 참으로 사람이나 다른 목숨붙이가 살아갈 만한 세계일까요?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 더 편하게 살아야만 하는 세계일까요? 적게 쓰고, 아니 ‘적게’가 아니라 '알맞게' 쓰면서 함께 나누고 오순도순 즐거울 수 있는 세계이면 안 될까요?


<검은 대륙>에 담은 만화는 그동안 우리 눈에 익숙한 만화투와는 사뭇 다릅니다. 이야기 흐름이나 그림결 모두 낯설어요. 그래서 만화 읽기가 퍽 어려웠으나, 차근차근 줄거리를 곱씹고 만화 대사를 되새기면서 지구라는 땅덩어리를 '검은 대륙'으로 만드는 우리 자신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지구가 검은 대륙이 되는 까닭은 몇몇 재벌이나 미국과 같은 소비물질 문명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런 소비물질문명에 빌붙는 한편 그런 나라를 좇아가고 따르려는 우리나라 때문이기도 하며, 그런 소비물질문명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자기 몸을 맞추는 우리 자신 때문이기도 합니다.


<3>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즐거움


우리 가슴을 울리는 책이라면 몇 번이고 다시 봅니다. 시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동화이든 극본이든 마찬가지예요. 좋은 노래는 몇 번이고 다시 듣지요?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은 만화책을 돈 주고 사는 일을 "돈 아깝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저는 한번 산 만화책을 보통 100번 넘게 다시 보거든요. 볼 때마다 손을 놓지 못하고, 다 본 뒤에도 나중에 또 보게 되거든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만화책 출판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만화가 '대여점 틀'로 돌아가요. 그래서 참으로 좋은 만화책이라 하더라도 어지간히 많이 팔리지 않는다면 금세 판이 끊어져서 책방에서 사라집니다. 지금 소개하는 만화책 다섯 가지 가운데 두 가지는 '출판 만화(여느 책방에서 파는 만화)'이고 다른 세 가지는 '대여점 만화'입니다.


이런 만화를 책방에서 찬찬히 살펴보신 다음 '참 괜찮구나. 그래 두고두고 봐야지'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서슴지 않고 사서 즐겨 보시면 좋습니다. 다 보고 나서 괜찮았다면 한 번 더 보시고요, 서너 번쯤 다시 보시면 무척 좋습니다.


만화책도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몇 번이고 다시 되풀이해서 보노라면 처음 볼 때는 미처 보지 못한 구석이 보이거든요. 만화는 보통 책장을 빨리 넘기면서 숨 가쁜 줄거리를 읽어 내게 하는 터라, 처음 볼 때는 제대로 못 본 대목이 나중에 다시 볼 때는 훤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이 다섯 가지 만화책으로 주말을 즐겁게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종규 기자


허허   2006/12/04  *
출처: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47&article_id=0000053580§ion_id=103&menu_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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