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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취중진담 |
<이영미의 만화가게>발랄한 동성애자의 이중생활
[문화일보 2004-03-24 11:16]
(::미스터 레인보우::) 최근 동성애자 커플의 결혼식을 인터넷으로 봤다. 찬반 논쟁도 있었지만, 이런 결혼 성사 자체는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 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 로 동성애자들의 삶을 조망한 만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심 각한 논쟁거리 대신 밝고 코믹한 만화인데 아주 귀엽고 깜찍한 게이 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미스터 레인보우’(송채성·시공사)는 동성애자 하덕구가 낮에 는 남자 유치원 교사로 밤에는 게이 바의 댄서로 사는 이중생활 의 이야기다. 섬세하고 발랄해서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유 치원 선생 덕구는 어느 날 한 반항적이고 조숙한 아이 준이를 만 난다.
그리고 준이의 미남 아버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심각하고 복 잡한 성 정체성을 밝혀가는 대신 이야기는 발랄하고 코믹하게 이 어진다. 힘든 이중생활로 피로까지 겹치지만 덕구 아버지를 만나 는 기쁨에 참고 견디며 지낸다.
사실 덕구가 일반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동성애자라는 ‘사회 적 소수자’ 때문만은 아니다. 커서 하리수 처럼 되고 싶다는 손 자를 무작정 야단치는 할머니나 아이에게 무조건 어른스럽게 행 동하길 바라는 학부모와 만나면서 덕구는 갈등한다. 덕구는 아이 들에게, 정말 아이 답고 진솔한 꿈을 심어주고픈 진짜 선생이었 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옴마나’ 하며 수다스러운 감탄사를 쏟아내는 덕구지 만 아직 이 사회는 이른바 이반(동성애자들을 가리키는 말)에게 까지 열려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근무하는 유치원은 물론 친한 친구에게조차 ‘커밍아웃’ 하지 못한다.
게이 친구들 끼리 모여서 “이년아, 저년아” 하고 수다로 스트 레스를 풀면서 다만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뿐이다. 발랄하고 진지한 요소들을 곳곳에 풀어놓은 솜씨가 만 만찮은 작가 송채성씨는 ‘취중진담’ 등의 작품으로 섬세한 표 현력과 감성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급환으로 세 상을 떠났다. 그의 명복을 빈다.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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