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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저편으로 간 만화 - <미스터 레인보우>

김낙호 (만화연구가 / 웹진 <두고보자> 편집장)

  예를 들어 비가 온 직후처럼 수분이 채 증발하기 전인데, 갑자기 햇살이 비추는 순간이 있다. 이 때, 운이 좋으면 빛이 대기중에서 파장길이에 따라서 분광현상을 일으키면서 커다란 곡선을 그려내는 경우가 있다. 생활용어로, 이것을 우리는 ‘무지개’라고 부른다. 무지개를 보면 괜스레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고는 한다. 비온 직후 찬란한 햇빛과 함께, 마치 대자연의 힘이 우리에게 희망의 선물을 던져준 듯 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대홍수 이후 신과 노아의 약속의 징표로 여겨졌으며, 서양 민담에서는 무지개의 ‘저쪽 끝’에는 행복과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로 무지개의 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생식에 얽매인 사랑을 넘어선 사람들, 바로 동성애 인권운동의 현장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깃발은 78년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대중적인 코드가 되었다. 아마도 그 무지개의 저편에는, 이들이 꿈꾸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정받는 그런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스터 레인보우>(시공사, 1권 발매중)의 주인공은 동성애자다. 사실 ‘야오이’라는 장르가 만화팬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지 오래인 지금, 그것이 무슨 특징이 되겠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여느 동성애 판타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미스터 레인보우>의 하덕구는 생활인이다. 지금 이곳, 한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인 것이다. 고스란히 있는 편견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커밍아웃을 피하고, 좁디 좁은 동성애자의 커뮤니티에서 위안을 받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세계 속에서 사랑을 찾아나선다. 밤에는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잔뜩 부풀려서 폭발시킬 수 있는 직업인 게이바 여(...)가수를 하면서, 낮에는 그런 사실을 숨기고는 사회에서 ‘정상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유치원 교사를 한다. 정체성과 사회적 삶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여러모로 바쁠 수 밖에 없는 사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꽤나 착한 사람이다. 가끔 희화화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코믹한 상황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미스터 레인보우>는 결코 자신의 주인공들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한 유치원생의 잘생긴 아버지에게 연모의 정을 불태우며 소란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사랑을 고민하는 덕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나아가 그의 주변 인물들 조차도 코믹하고 궁상맞으면서도 따뜻하게 감싸안고 싶은 사람들 투성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덕구를 좋아했던 한 후덕한 여학생, 덕구의 할머니, 허영끼 많은 유치원장, 덤덤한 동료 여교사... <취중진담>등 이전 작품들보다 더욱 편안해진 펜선과, 기교를 가다듬은 화면 연출이 안정감 있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동성애와 성전환증의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든지, ‘남성답지 않게 여성스러움’ 등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무비판적으로 재연하고 있다든지 하는 등은 지적의 대상이다. 나아가 아직 완전히 정돈되지 않은 이야기 전개의 호흡도 이후의 발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부족했던 부분들은 작가의 손을 떠나서 독자들의 상상력 속에서 완성을 시켜야 할 듯 하다. <미스터 레인보우>의 작가는 최근 급성 폐렴으로 인하여, 무지개의 저편으로 돌아오지 않는 여행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좋은 작품, 더 좋아질 것이 한없이 기대되던 작품을 중간에 남겨두고 가신 고 송채성씨의 명복을 빈다.

['으뜸과 버금' 월간소식지 200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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